소유의 종말, 제러미 리프킨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을 통해 자본주의의 구조 변화는 물론, 인간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 공동체의 의미 자체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소유의 종말]은 단순한 경제 개념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강한 메시지처럼 다가온다.

 

소유보다 접속에 익숙한 일상

오늘날 우리는 물건을 가지기보다, 그것이 제공하는 기능과 경험에 접속하며 살아간다.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듣고, 자동차는 필요할 때 빌려 타며, 책마저도 소유보다는 구독으로 읽는다. 우리의 정체성은 더 이상 '무엇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어디에 접속하고 있는가'로 표현된다. 접속이 일상이 된 시대, 우리는 점점 더 유동적인 존재가 되어간다.

이 변화는 인간관계와 공동체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 예전에는 단골 가게, 이웃, 지역 사회처럼 지속성과 공간을 공유하는 관계가 많았다면, 지금은 플랫폼 안에서 형성되는 일회성의 연결이 중심이 된다. 관계는 짧고 가볍다. 사회적 유대는 느슨해졌고, 그 자리를 알고리즘이 대신 채운다.

권력을 쥐어진 새로운 얼굴, 플랫폼

더 큰 문제는 권력의 중심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생산 수단을 가진 자가 권력을 쥐었지만, 이제는 플랫폼을 소유하고 설계하는 자가 새로운 지배자가 되었다. 우리는 언제든지 다양한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접속은 철저히 조건부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알고리즘으로 그 문을 열어주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결정된다. 접속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새로운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된 셈이다.

편리함이라는 환상

무엇보다 이 모든 변화가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람들은 선택지가 많아지고, 원하는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자유로워졌다고 느낀다. 하지만 리프킨은 과연 그것이 진짜 자유인지 되묻는다. 우리는 정말 자유로워졌는가? 아니면, 더 정교하게 설계된 시스템 속에서 소비자로만 기능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물론 이 책에도 한계는 있다. 미국 중심의 시각, 기술 낙관주의, 그리고 현실적 대안의 부족 등은 분명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소유의 종말]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우리가 처한 구조를 자각하게 만들고, 그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지금도 강한 울림을 준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소유할 것인가?

소유가 사라진 시대, 우리는 무엇을 가져야 할까. 어쩌면 진짜로 필요한 것은 물건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 사유의 시간, 그리고 사람과의 진짜 관계일지도 모른다. [소유의 종말]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당신의 삶을 진정으로 소유하고 있는가?

소유의 종말 ❘ 제러미 리프킨 ❘ 이희재 ❘ 민음사